내 이야기

은퇴 후 삶이란?

우인의 굴렁쇠 2024. 9. 28. 00:05

 

 

독일 - 크로아티아 - 프랑스 - 독일 

(2024.9.9. - 9.26.)

 

 

검은 머리가 흰머리 되도록 늙어 버렸어도 

재물이 많아도 쓸 줄 모르는 소금쟁이처럼 

소유욕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단돈 한 푼이 아쉬워 평생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많은 돈을 여행 경비로 소모한다는 게 쉽겠는가?

그래도 "내 인생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라는 말을 남긴다.

 

 

  

독일 뮌헨 시청의 모습이다. 유럽의 건축물은 모두 비슷하다. 어쩌면 한 사람이 지은 것처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물을 보면 고대 유럽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유럽 사람들,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잘 생겼다. 푸른 눈에 잘 생긴 코, 금발의 머리카락, 그뿐만 아니라 건장한 몸과 날씬한 몸매는 세계 최고라고 인정하고 싶다.  독일 사람들은 근면성이 돋보이고, 크로아티아는 낭만스럽고, 프랑스 사람들은 자유분방하다고 일단 쓰자.    

 

 

뮌헨의 어느 거리를 걷다 보니 태양이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지고 있었다. 강한 햇볕을 바라보기 힘들었으나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어서 인내심을 발휘해 보았다. 이들 건축물은 철저히 계산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 맥주 축제(옥토버페스트)기간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긴치마를 입은 독일의 아가씨들, 사진 속 얼굴처럼 밝은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면서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소리가 어느 음악보다 아름다웠다. 여의도 광장만큼이나 넓은 곳에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많이 설치해 놓았다. 남자들은 말을 탈 때 입는 약 7부 정도 되는 바지를 입고 상의는 특이한 옷을 착용한다. 독일 전통 복장이라고 하는데 남녀가 서로 어우러져 춤을 추기도 한다. 여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주태백 선생들도 이날만큼은 망고땡으로 자유롭게 축제를 즐긴다.       

 

 

독일 미텐발특이라는 마을을 가던 중 보았던 광경인데 몹시 평화로워 보였다. 독일 오케스트라 마을로 알려져 있는 미텐발특은 그림 속의 동화 마을과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집들을 지었을까? 주위 배경만 봐도 절로 즐겁다. 독일을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쯤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뮌헨의 영국정원이라는 곳에 가 보았는데 정원에는 호수가 있고 그 호수로 모여드는 작은 강줄기가 여러개 있었다. 거센 물살에서 수영을 즐기고 파도타기 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도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날의 기온이 영상 7도였다. 맨 몸 수영은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아, 추워.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도시의 모습이다. 두브로브니크를 상징하는 높은 산위에 올라가서 찍은 전경이다. 독일에서 크로아티아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첫날 내가 보았던 크로아티아의 첫인상은 낭만 그 자체였다. 배 위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며 젊은 아가씨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도시의 풍경은 내 마음을 충분히 빼앗아 가버릴 정도로 황홀하였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굴까? 유럽 사람들,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하늘로부터 큰 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공장이 없고, 일거리가 부족해서 젊은 사람들이 인근 나라로 일을 찾아 떠난다고 한다. 그래, 젊은 사람들이 놀면 안 돼. 뭔가 일을 해야지. 정말 잘 생각한 거야.

 

 

크로아티아 도시의 모습이다. 유럽의 도시는 모두 이런 식의 고대 건축물이 주를 이룬다. 골목 골목마다 식당과 상점이 자리하고 있고, 삶의 땀 냄새가 배어 있다. 

 

 

유럽의 음식들, 우리가 흔히 먹는 홍합과 닭고기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인지 잘모르겠지만 정말 별로다. 홍합을 시켜서 먹어 보았는데 국물은 몹시 짜고 홍합의 살은 너무 익혀서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겉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감성은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들 집으로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사기도 친다. 바가지요금에 불친절하다. 잘 생긴 만큼 마음도 착했으면 좋겠는데 욕심이 까마귀처럼 마음을 검게 만드는 것이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도시이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손을 펴지 말고 주먹을 쥐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했다. 유럽의 도시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고대 건축물들이 눈길을 끈다. 스플리트도 역시 고대 건축물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날 스플리트의 기온이 영상 22도였다. 간혹 빗방물이 떨어지고 바람도 불었다. 감기 걸릴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겨울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을 수영 정도야. 결국 바다에 뛰어들었다.

바다는 내가 행동하는 것만큼 나의 소유가 된다. 바다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의 욕심만큼 바다를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바다를 가질 수는 없다. 바다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짧은 시간만 소유하고 바다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프랑스 빠리 시청의 모습이다. 유럽의 건축 문화가 모두 비슷하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았다. 유럽은 복지국가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부자의 나라이다. 크로아티아에서 프랑스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내가 보았던 프랑스 파리의 첫인상은 자유분방이었다. 달리는 사람들, 술 마시는 사람들, 담배 피우는 사람들, 이곳저곳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전철이 모두 도로에서 자유롭게 이동한다. 

내가 빠리에서 약 6일 동안 머물렀었는데 이런 모습들은 모두 허상이었다. 약 3일이 경과하던 날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꼭 살아서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유분방이 아니라 무질서 그 자체였다. 정말 희한한 게 그렇게 무질서한 도시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도에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지상에 있는 화장실은 모두 유료이다. 약 1,500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구걸을 하는 사람도 많고, 노약하여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분들이 그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화장실을 이용하겠는가? 

내가 빠리에 머무는 동안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는데 지하도에서 오줌을 싸는 분도 보았고, 소매치기로 서로 싸우는 사람도 보았다. 정말 무질서하다. 지하도에는 오줌에 지린 냄새가 풍긴다. 벌써 10년 전쯤에 내가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화장실이 유료였었다. 왜 복지 국가 유럽이 유료 화장실 제도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 빠리는 퇴폐의 도시이다. 젊은 사람들이 시간만 나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도시 전체가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다. 담배 연기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정말 매연에 질식할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간신히 살아서 파리를 탈출할 수 있었다. 철인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한 체질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파리는 가지 마라. 극단주의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도 벼룩이 시장이란 곳을 가보았는데 그곳에서 프랑스의 희망을 보았다. 진한 땀 냄새를 풍기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그곳에서 보았다. 

 

   

유럽의 문화가 이렇다. 구걸을 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그분들의 영업 방식이지만 좀 더 머리를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적인 방식의 육체 노동만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 할아버지는 개와 함께 구걸을 하면서 낚싯대를 이용하는 영업 방식을 사용하고 계신다. 그래도 제법 머리를 쓰신 것이다.

영업이 잘 되는 구걸 방식 중에는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행동이 으뜸이다. 물론 재주가 있어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그런대로 성업중이었다. 그다음 슈퍼맨 복장이나 피에로 분장으로 구걸을 하는 방식도 어느 정도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개와 함께 하루종일 앉아 있는 방식이나 맨 몸으로 엎드려서 구걸을 하는 영업 방식만으로는 아무리 구걸하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쎈트강의 모습이다. 빅토르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자베르 형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집념 하나만으로 장발장을 평생동안 추적한다. 그리고 장발장의 실체를 확인한 후 센강에서 투신 자살한다. 빅토르위고가 추구하는 도덕성의 정도를 알고 싶다. 정말 자베르 형사가 자살해야 할 만큼 윤리, 도덕적인 면에서 아니 양심적인 면에서 잘못한 게 있는지 말이다. 빅토로위고가 주장하는 도덕성에 근거한다면 이 나라의 공직자 대부분은 한강에 투신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빠리의 개선문이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세계는 하나다. 이제 전쟁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사람을 죽여서 영웅이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사람을 죽이는 일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가 거만하게 폼을 한번 잡아 보았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이다. 내 말이 틀려? 

 

 

이곳은 빠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사랑의 벽이다. 사랑? 정말 가슴 설레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잘하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기적이야" 그래, 정말로, 정말로, 사랑은 언어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거다.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수많은 전설이 있다.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 이 말은 수잔 발라동이라는 여류 화가가 남겼다고 합니다. 수잔의 삶은 비극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모델로 시작해서 화가가 되기까지 그리고 수잔을 사랑했던 남자들이 알코올중독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일들로 인해 수잔의 삶이 처절하였다는 전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누군들 아무 사연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곳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은 모두 자신들의 실패한 삶을 예술로서 덮어버리려는 약은 수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알코올에 중독되고, 담배에 찌든 삶을 살았으면서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보통 사람들의 전설도 이곳에 세긴다면 이들의 전설은 너무 무가치하게 될 것입니다. 변명일 뿐이죠. 그러면 나의 전설도 한번 새겨 봐. 그냥 참았습니다. 계획성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죠. 제발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마시지 마라. 

 

 

고향은 누구든지 거부하지 않아. 내가 고향을 꺼려할 뿐이야.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은 아픔이 남아 있거든, 너무 아팠던 기억이,,, 은퇴 후에 외국여행 너무 오래 하지 마세요. 젊은 사람들이야 가는 곳마다 모두 새롭고 희망이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하지만 나는 늙었어, 늙었다구, 그래서 힘들고 외로운 거야. 벌써 일주일이 경과하자마자 고향 생각이 떠오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식은 잘 맞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누군가가 자꾸 그리워지는 거야.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사람들은 흔히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하잖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게 있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말인데 그게 바로 '용서'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소한 일로 다투더라도 서로 화해하기 어렵고 용서는 더더군다나 힘든답니다.

은퇴 후의 삶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하여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은퇴해 보시면 알아요. 별 볼일 없답니다. 체력은 자꾸만 약해지고 눈은 가물가물하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죠.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낀 게 바로 누군가의 짐이 된다는 거였어요. 짐. 

은퇴 여행을 오신 분들도 만나보았고, 패키지여행을 오신 분들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모두 가이드의 뒤를 따라다니느라고 바빴어요. 행여 길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돼서 체력이 바닥났으면서도 끙끙거리며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너무 보기에 좋지 못했어요. 

나도 세상 구경 한번 해 보겠다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 봤더니 우리 집만 못했어요. 외국에 나가면 박사, 회장, 이런거 다 필요 없답니다.  그냥 화장실에서 돈 받고 일하는 분이 최고로 보였어요. 만약 우리나라도 유료 화장실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나는 충무로 역 화장실을 담당하고 싶어요. 한 명 당 2,000원, 흥정이 필요 없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답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은 그냥 꽝이랍니다. '꽝'이란 말만 잘 기억하세요. 그리고 외국여행은 짧게 여러 번 가는 게 좋아요. 처량한 모습을 보여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