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며

우인의 굴렁쇠 2018. 6. 1. 09:28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며

                                                            

                                                                                                                 지은이 차일혁

 

이른 아침에 들판에 나가 일하는 농부에게 물어보라.

공산주의가 무엇이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지리산 싸움에서 죽은 군경이나 빨치산에게 물어보라.

공산주의를 위해 죽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들은 왜 죽었는지 모른다고 할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후에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벌어진 부질없는 골육상잔이었다고.

 

6월에는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시대를 잘 못 타고 났다, 청춘을 모두 전장에서 보냈어,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꿈이 많아서 집안도 일으켜 세웠을 것이고 성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단다.”

 

항상 6월이 오면 철없을 때 했던 질문 하나가 나의 가슴을 아린다.

아버지도 전쟁때 사람을 죽였어요?

전장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몹시 슬프고 공포스러운 일이였어,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싫어한단다, 서로가 묻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아.”

나는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인이된 지금까지 후회를 반복하여 가슴이 쓰라린다.

 

이 번에도 찾아뵙지 못할 것이다.

살아있는 삶도 보살피지 못하면서

죽은 사람까지 살펴야 되느냐고,,,

 

이처럼 작은 일에도 생각이 다르면 갈등이 생기는데 전쟁까지 치루어야만 했던 6.25.동란은 도대체 얼마나 큰 의견의 대립이 있었을까?

차일혁 선배의 말처럼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벌어진 부질없는 골육상잔이었을까?

 

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해 꿈을 잃었지만 두 외삼촌은 목숨을 잃었다.

그 후유증은 너무 길었다.

자식을 잃은 충격으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쓰러졌고 화목했던 집안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선배의 말처럼 그 분들은 왜 죽었는지 모를 것이다.

정말 민주주의가 그리고 공산주의가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냐고 묻고싶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다.

6.25. 동란이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책임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나의 아버지의 꿈과 두 외삼촌의 목숨 그리고 우리 집안이 겪어야 했던 아픔의 댓가를 보상받을 생각도 없다.

물론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미련자체가 없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이 만났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미관말직(微官末職)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무엇을 알겠냐마는 어려울게 없다고 본다.

죽고사는 문제보다 더 어려울게 있겠는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합의할지 모르겠지만 순조롭게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하루빨리 북으로 가는 문이 열였으면 좋겠다.

나의 버킷리스트의 목록에 평양마라톤 참가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다.

 

남과 북의 극한 대립속에서 죽어간 선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 땅에 영원한 평화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