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십여 가구가 모여 살던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도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죽었다.
강 씨 집안의 막내이던 ‘일이’ 형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단돈 한 푼이 아쉬워서 시내의 주택 공사장으로 나갔던 게 결국 죽음으로 연결되었다.
막노동을 마치고 저녁 늦게 귀가하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일이 형은 가난한 농부였을 뿐이다.
갓 결혼하여 젖먹이 아들 하나를 두었던 가장이었다.
우리 이가(李家)들이 모여 살던 마을에 어떤 연유로 강씨 형제들이 들어와 살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날 이후 강씨 집안은 폭도의 집안이 돼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잃은 충격과 폭도라는 누명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강씨 부인은 젖 먹이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야반도주하였다.
이때부터 강씨 집안의 형제들은 서로 원수가 돼 버렸다.
남겨진 아이의 양육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나는 그 무렵 고향을 떠났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마을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5, 18. 전야제에 일이 형의 아들이 참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관련 책자형 공보물 봉합 작업을 하였다.
선거는 ““나쁜 놈들 중에서 덜 나쁜 놈을 뽑는 거”라는 말이 있다.
정말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이번에는 내편 네 편 편 가르기 하지 말고 덜 나쁜 놈을 뽑아주었으면 좋겠다.
재물 욕심에 눈이 멀어 고속도로 노선이나 바꾸고,
편 가르기로 상대편에게 항명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뒤로는 몰래 마약을 들여오는 추악한 행위까지도 덮어 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불법 계엄으로 사람까지 죽이려 했던 자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날, 나는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했던 선배 ‘상이’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도대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냐? 도시 사람들이 왜 피난하고 대학생들은 무엇 때문에 절로 숨느냐?”
오늘, 나는 어쩌면 또다시 누군가에게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불법 계엄으로 잡혀간 사람들이 누구이고, 도대체 B1 방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덜 나쁜 놈을 뽑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