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어느 외출

우인의 굴렁쇠 2019. 5. 6. 12:23




어느 외출 :  2019. 4. 30. - 5. 4. (45)

장소 : 중국 태항산

동행 : 늘 한결같은 친구들(고참 그리고 형)

 






우리는 중국 태항산 유리 받침대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발 밑은 천 길 낭떠러지다. 혼자였다면 외롭고 불안했겠지만 친구들과 같이 서 있으니까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세월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고 하였던가? 정말, 모습들이 많이 변했다. 그리고 보니까 벌써 33년의 시간이 흘렀다지금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중국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중국의 음식을 다 맛 볼 수가 없고, 둘째 중국의 글을 다 읽힐 수가 없고, 셋째 중국의 영토가 너무 넓어서 다 가볼 수가 없다고 한다.






중국에는 여러 성이 있는데 우리는 산동성과 하남성 그리고 산서성이라는 곳을 여행하였다.






산동성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넓게 펼쳐진 초원과 미루나무로 형성된 가로수가 우리를 맞이했을 뿐이다. 초원에는 밀이 알차게 여물고 있었고, 가로수는 더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시원한 파음을 내고 있었다.






산동성에서 공자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산동성은 공자, 맹자죽자, 이런류의 사람들이 도덕 정치를 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하남성은 묵자, 놀자, 보자, 즐기자, 이런류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돌면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따거(가이드)의 말이니까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우리를 안내 했던 따거입니다.(따거는 형님의 존칭이랍니다.) 우리 따거는 다리가 짧고요. 배가 볼록하게 튀어 나왔어요. 그리고 얼굴이 동그랗게 생겼어요. 그러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엄청 똑똑합니다. 말을 허벌라게 잘 해요. 성질도 팍팍 내질러 버리고요. 김정은을 많이 닯았어요. 중국사람이라고 하는대요. 북한에 갔을 때 어느 시장에서 저 중국 놈의 새끼, 잘 먹어가지고 서니, 살이 통통하게 쪘구나야, 날이 어두워지면 잡아서 구워먹자.”라는 말을 듣고, 놀라서 도망쳐 왔답니다. 자기가 한국말을 못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이 말도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태항산입니다. 600만 평방킬로미터라고 합니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숫자 이야기 나오면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중국에는 태항산뿐만아니라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절벽에 사각형의 구멍이 보이시죠? 아주 멀고도 긴 굴을 뚫어 놨어요. 작은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규모고요.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작은 마을도 보여요.





저렇게 높은 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먹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예요







이번에는 굴이 아니고요. 아예 절벽 한 부분을 가로로 깍아서 길을 만들어 놨어요. 겨우 한 사람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만들어 놨더라고요.





먼 곳에서 보면 절벽에 줄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죠. 길이가 약 1Km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밑에는 천길 낭떠러지고요. 머리 위에는 바위들이 언제 쏟아질지 모를 정도로 불안불안 했어요. 정말 심장 떨려서 혼났어요. 일부 노인이나 여자분은 그냥 좋은 길로 가겠다면서 포기하고, 차로 이동을 했고요. 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아무리 겁이 나고, 위험이 따르더라도 체면을 생각해야 되잖아요. 그 분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용기를 냈답니다.






걸을 때는 벽 쪽으로 바짝 붙어서 걸었고요. 사진 찍을 때만 어쩔 수 없이 폼을 잡아야 되니까 주춤주춤 끝부분으로 다가섰다가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벽쪽으로 붙어서 걸었어요. 하늘을 보면 어지러워서 위험하고, 아래는 아찔하고, 그런다고 땅을 보면서 걸으면 눈이 캄캄해져서 큰 일이 날것만 같더라고요.





그런데 한 친구는 스릴 만점이라고 좋아서 난리가 났어요. 뛰고, 달리고, 점프하고, 난간에 발을 걸치고, 그러니까 암벽이나 번지점프 좋아하시는 분들은 천국에 온 기분이 들었을겁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깎아서 만든 돌 길은 그냥 몸 풀기 운동에 불과했어요. 이번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길을 걸어야 했어요. 만약 유리가 깨지면 모든 것이 끝이예요. 길이는 약 1Km정도로 돌 길과 비슷해요.





하지만 밑이 보이니까 무서워서 살금살금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을 수 밖에 없고요. 긴장해서 걸으니까 몸이 굳어요. 또 무진장 신경을 쓰다보니까 온 몸에서 땀이 나고요. 호흡이 거칠어 지고, 숨이 팍팍 막혀와요.






위험합니다. 조심하세요. 목숨은 하나 뿐이랍니다.




도화곡이라는 곳입니다. 협곡이 깊고 길어요. 물이 많이 흐르고요. 물고기도 살더라고요. 중국사람들 정말 여행 많이 다니더라고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약3킬로미터를 인파에 밀려서 흐르고 흘러서 겨우 빠져 나왔어요. 중국 사람들 인내력 정말 짱이예요.





어린애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 길을 오르내리면서,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성질도 부리지 않고, 모두 제 갈 길을 찾아가더라고요.

 



사진은 혼을 담아서 찍어야 된다고해서, 한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어 봤어요. 아마 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사진 찍는 법을 배운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아요.







 

바위에 해와 달 그리고 별이 그려져 있어요. 저렇게 생긴 돌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요. 참 희안하게 생겼어요. 화석도 아니고, 자연석이랍니다. 저 돌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고요. 저 돌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어쩌고 하면서, 믿지 못할 거짓말들을 많이 만들어 놨더라고요. 뻔히 거짓말인줄 알면서, 그래도 한번 만져 봤어요.







도심에 있는 약수터랍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중국사람들이 착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중국인들이 애국심이 강하답니다. 인구가 13억이니, 15억이니하면서 애국심이 강하다고 하니까 믿기지 않았어요.








이번 여행에서 일본 사람은 한명도 만나보지 못했어요. 중국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을 많이 싫어 한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이 오면 니네가 무슨 면목으로 이곳에 오냐고 호통을 친답니다. 왜냐하면 일본 사람들이 과거에 중국인들을 많이 죽였다네요. 그래서 그 한이 아직까지 서려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런데 중국사람들이 한국사람들에게는 호의를 베풀더라고요. 한구어? 라고 물어서, 응 한구어라고 대답하니까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하는 거예요. 사진도 찍자고 해서 같이 찍어준 경우도 있었어요. 앞으로 중국 사람들에게 짱개, 떼놈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참 좋은 사람들이였어요.

 






흥신아, 너는 잠이 안 오면 무엇을 하냐?

. 나는 잠이 안 오면 그냥 눈을 감고 잠이 들 때 까지 수많은 생각을 해.

복이 형은 잠이 안 오면 무엇을 해?

나는 그냥 거실로 나가서 컴퓨터 고스톱을 쳐.






저놈들은 새치기를 잘해,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데도 담배를 피고 말이야. 화장실은 더려워서 못가겠어. 우리나라 70년대, 80년대 수준이야.

 





모두가 잠든 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새들만 요란하게 지저귀고 있었어요. 정말 수많은 생각에 잠겨서 숲속을 헤매는지도 모르고 한 참을 걸었어요. 그러다가 갈 길을 찾으려고 생각을 더듬어 보았어요. 세상의 모든 만물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결과를 어디에서 찾아야 될까요? 결국 나는 또 사주를 들여다 보았어요. 이곳은 산이라서 날씨가 추워요.






우와, 노래 좋아요. 우리의 이야기를 쓴 것 같아요.




결국 이 사진도 올리기로 했어요.


복이 형은 33년 전 부터 말 조심 해야 된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환갑이 된 지금도 그 말을 하고 있어요. 그래요. 정말 말 조심해야죠. 과거, 현재, 미래를 불문하고 맞는 말입니다. 특히 남의 이야기는 더 신중해야 됩니다. 가슴 아픈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의 일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남에 관한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것을 막말이라고 하죠. 만약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런 막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어요? 절대 못하는 거죠. 그런데 복이 형이 말하는 말조심의 의미는 그런 뜻이 아니예요. 우리가 하는 일과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깁니다. 그래도 조심 스럽습니다. 복이 형이 당장 이 사진을 내리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환갑 나이에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들의 초임지였고, 처음 인연이 시작된 곳으로서, 애환이 많이 서려 있는 곳이잖아요. 그때 우리의 모습은 참 멋있었어요. “하얀 제복과 절도 있는 동작만약 어린이들이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면 가슴 가득히 꿈을 품었을 것입니다.


내가 저 사진을 이곳에 올린 또하나의 이유는 천하제일복지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말은 내가 지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암벽에 큰 한자로 천하제일복지라고 새겨진 문자를 내가 그때 직접 보았어요. 아마 일본인들이 새겼을 것으로 추정을 하더라고요. 중국의 태항산이 아무리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애환이 서려 있는 저 곳 만큼은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정말 최고의 여행이였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이 다시 변하기 전에 한번 더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1막이 내렸잖아요. 2막도 그때처럼 화려하게 펼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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