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외로우면 말을 해라.
사람의 기억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들이 모두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아픔으로 남아서 오랫동안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추억이 되지 못하고 병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정리를 잘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에 만났던 수가 생각난다.
그는 신장 180Cm의 장신이였고, 80Kg이 넘게 나가는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 큰 등치와 무뚝뚝함 그리고 어두운 얼굴 표정 때문에 나는 그를 은근히 경계하고 있었다.
나와 그는 2주 동안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는데 이틀째 되는 날 그의 사주를 봐 주게되었다.
그때부터 그가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이형,
우리가 입수한 첩보가 부정확했어.
그곳에 한 명이 있는 걸로 알고서 덮쳤는데 다섯명이나 있었어.
우리는 그곳에서 격투를 벌였지만 수적으로 불리하여 당할 수 밖에 없었어,
결국 동료 둘은 현장에서 죽고 나는 정신을 잃었어.
다행히 나는 중환자실에서 2년 동안의 투병생활 끝에 살아날 수 있었어.
장기를 18Cm나 잘라냈다고 하더라구.
그런데 우울증이 찾아왔어.
우울증이라는거 정말 견디기 힘든거야.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극복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결국 죽을 결심을 하고 병원 옥상위로 올라갔어.
옥상위에서 신발을 나란히 정리해 놓고 난간 위로 올라섰는데 그 순간 막내딸의 얼굴이 떠 오르더라구.
차마 뛰어 내리지 못했어.
그래서 난간위에서 내려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나는 그때 그일 때문에 모든 것이, 모든 것이.,,
그래. 그래.
그런일이 있었구나.
이제 됐어. 이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너무 외로웠어.
동료들이 알까봐 두려웠고.
나를 피하고, 정신병자라고 경계할까봐서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이형.
이런말을 누구한테 하겠어?
또 누가 들어줄려고 하겠어?
그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듣게 된 이후부터 나는 수와 가까워 질 수 있었고, 서로 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수가 열심히 상담을 받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고, 그의 얼굴에서 표정의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그때 울먹이던 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일은 주로에 나가야겠다. 흐르는 강물도 보고 찬 바람에 추위도 느껴봐야겠다. 그리고 아주 먼 길을 달려야겠다. 그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말하지 못해서 힘들었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정신이 맑아지겠지.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
곧 새해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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