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 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젊은 청년 윤동주는 무엇이 그리도 외로웠을까?
누가 그렇게 그리웠기에 저렇게 가슴 저리는 글을 쓰게 되었을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서 왜 공자 처럼 살려고 했을까?
밤마다 잠자리에 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수하지 않겠다고,
베푸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잠이드는 순간까지 간절하게 기도를 해 보았을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을까?
알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