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왜 이 책을 읽도록 하였습니까?
사후생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세계 곳곳에는 죽음을 선고받았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나의 최근 연구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내 환자들 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나는 그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한다. 나는 이 어린이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끔 그 가족과 친척들을 준비시킨다.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가장 커다란 두려움은 혼자가 된다는 것, 외롭다는 것, 함께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으로 변화하는 그 순간은 절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당신은 지금도 혼자가 아니다,
죽음으로 옮겨 가는 변화의 순간에 당신의 보호자나 수호천사 혹은 당신이 사랑했지만 먼저 죽었던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의심의 그늘을 벗어버릴 수 있도록 이 사실을 입증했으며, 나는 과학자로서 이것을 말하고 있다. 당신의 임종 순간에는 항상 당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 그 누군가는 어머니나 아버지, 조부모 혹은 당신이 옛날에 잃었던 그 아이다.
때때로 그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저 편에 이미 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자기가 죽었을 때 경험한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던 열두 살 난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집 보다 더 멋진 곳을 발견했다는 걸 듣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사실 그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아이는 매우 독특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나눌 누군가가 애타게 필요했다.
그래서 어느날 아이는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아이는 자기가 죽었을 때 매우 아름다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되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전체를 감싸는 듯한 분위기와 놀라운 사랑, 그리고 그것들이 실어 나르는 빛이 있었고 게다가 이런 것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이의 오빠가 그곳에 같이 있어 아이를 부드러움과 애정, 연민으로 대해 주었다는 점이다.
아이는 그것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은 후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건, 저에겐 오빠가 없다는 사실이예요.”
이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아버지는 울기 시작했고, 사실은 아이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그 아이의 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부모는 이 사실을 아이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퀴블러 로스는 의사였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봤으며, 죽음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였던 과학자이다. 사람이 죽게되면 먼저 밝은 빛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누군가는 자신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는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빛을 통해서 자세히 볼 수 있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죽은 사람 앞에서는 아무말이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년 전에 죽었다가 깨어난 동료로부터 죽음 이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사실이 있는데 이 책의 내용과 너무나 유사했다. 그 동료는 심야 시간에 죽었다가 깨어났었다.
“그냥 밝은 낮과 같았어요, 밝은 빛이보였고,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차 안에서 죽어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난다. “친구 몽이가 다녀갔단다” 아버지 그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인데 어떻게 다녀 갈 수 있습니까? “다녀갔어, 그리고 누구 누구도 찾아왔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흔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보게 되는 헛 것’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장인어른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죽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말을 하였는데, 아버님(장인어른)도 죽은 사람들이 보이십니까?” “응 나도 죽은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때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우가 나의 사주를 물어 본 후 보내온 회신에 “춘풍세류 부귀쌍전”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처럼 몇 글자 안 되는 짧은 단어가 내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상담은 내담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도 가슴속에 쌓여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먼 길을 달렸다. 모든 것이 용서가 될 것이다.
올해는 봄이 빨리 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