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3. 대천
서쪽 바다에 석양이 진다.
긴 연휴 기간 동안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이곳을 찾았다.
바닷길을 걸어보고,
석양을 바라보면서 사진 몇 장 남기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러서 술 한잔에 세우 몇 마리를 먹었을 뿐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도 몇 마디 낙서를 남겨야 되지 않겠는가?
나이를 먹어서,
큰 일을 하고 싶다면 소를 키워라.
작은 일에 만족한다면 병아리를 키우면 된다.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귀찮아 하고, 놀고먹으려고 하면 안 된다.
고기 잡는 법도 배우고,
배추 심는 것도 배워라.
이 험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젊게 살 생각을 해라.
역기도 좀 들고,
센드백치기도 좀 하고,
알통 근육을 키워서 팔팔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머지않아 지하철도 꽁짜로 타고,
노인 연금도 받게되니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에 꽁짜는 없다.
젊은 사람들의 눈총도 받아야 되고,
빈자리를 찾다가 잘못하면 중학생에게 얻어맞기도 한다.
정신 차려야 된다.
헤롱헤롱 정신 못 차리고 막걸리에 취해서 살다가는 한 순간에 훅 간다.
똑똑해져야 한다.
자식들이 돈 달라고 하면 없다면서 죽는소리를 해야 되고 불쌍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부모를 모실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있는 것 처럼하고 다니면 여차 하는 순간 빼앗기거나 사기를 당하게 된다.
세상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라.
체력단련을 절대 잊지 마라.
핫둘, 핫둘,
달리기도 좀 하고,
악이다,
깡이다.
전방에 5초간 함성도 실시하면서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단련해야만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이 육십 살이 되었으면 한 번쯤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묵은 숙소는 어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콘도였다.
명절이라고 자식들이 몰려왔던 모양인데 하루는 늦은 밤중에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두 형제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침없이 욕설을 토해 내고 있었다.
노인은 침묵할 뿐이고, , ,
이번 여행에서 독특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석양을 향해서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