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이 험한 세상을.

우인의 굴렁쇠 2021. 2. 14. 22:37

 

2021. 2. 13. 대천

서쪽 바다에 석양이 진다.

 

 

긴 연휴 기간 동안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이곳을 찾았다.

바닷길을 걸어보고,

석양을 바라보면서 사진 몇 장 남기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러서 술 한잔에 세우 몇 마리를 먹었을 뿐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도 몇 마디 낙서를 남겨야 되지 않겠는가?  

 

나이를 먹어서,

큰 일을 하고 싶다면 소를 키워라.

작은 일에 만족한다면 병아리를 키우면 된다.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귀찮아 하고, 놀고먹으려고 하면 안 된다.

고기 잡는 법도 배우고,

배추 심는 것도 배워라.

이 험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젊게 살 생각을 해라. 

역기도 좀 들고,

센드백치기도 좀 하고,

알통 근육을 키워서 팔팔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머지않아 지하철도 꽁짜로 타고,

노인 연금도 받게되니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에 꽁짜는 없다.

젊은 사람들의 눈총도 받아야 되고,

빈자리를 찾다가 잘못하면 중학생에게 얻어맞기도 한다. 

 

정신 차려야 된다.

헤롱헤롱 정신 못 차리고 막걸리에 취해서 살다가는 한 순간에 훅 간다.

 

똑똑해져야 한다.

자식들이 돈 달라고 하면 없다면서 죽는소리를 해야 되고 불쌍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부모를 모실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있는 것 처럼하고 다니면 여차 하는 순간 빼앗기거나 사기를 당하게 된다. 

 

세상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라.

체력단련을 절대 잊지 마라.

핫둘, 핫둘,

달리기도 좀 하고,

악이다,

깡이다.

전방에 5초간 함성도 실시하면서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단련해야만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이 육십 살이 되었으면 한 번쯤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묵은 숙소는 어느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콘도였다.

명절이라고 자식들이 몰려왔던 모양인데 하루는 늦은 밤중에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두 형제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침없이 욕설을 토해 내고 있었다.

노인은 침묵할 뿐이고, , ,

 

이번 여행에서 독특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석양을 향해서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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