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승리한 어느 장군이 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올랐다. 그때부터 궁 안은 매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았고, 고급 음식과 술 그리고 금은보화를 실은 수레가 궁으로 향했다. 꿈을 실현한 왕에게는 오로지 향락뿐이었다. 이러한 소문은 삽시간에 변방 먼 곳까지 퍼져 나갔다.
어느 날 이 소문을 들은 변방의 한 장수가 궁 문을 두드렸다. "왕에게 꼭 해야 될 말이 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왕은 크게 분노했다. "변방의 졸개 놈 따위가 감히 짐을 만나겠다고, 건방진 놈 당장 쫓아버려라." 그러나 변방의 장수는 물러가지 않고 궁문을 쉬지 않고 두드려 됐다." 참다못한 왕이 대노하면서 궁 문을 열도록 명하였다. " 네놈이 그렇게도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들어보겠다. 그러나 네 놈의 말이 끝나는 순간 네 놈의 몸뚱이는 두 동강이 날 것이다." 살이 쪄서 풍채가 당당해 보이는 왕에게 피골이 상접하여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변방의 장수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무릎을 꿇었다. "왕이시여,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주변이 고요한 정적에 잠겼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너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왕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돌아가거라."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왕이 서거했다는 소문과 함께 슬퍼하는 백성들의 통곡소리가 전국 곳곳에 울려 퍼졌다.
이맘때 쯤에 생각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맘때쯤에 꼭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만 짧은 것이 아니다. 인생의 시간이 짧은 것이다.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게으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