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희망한다.

우인의 굴렁쇠 2022. 12. 23. 23:53

2022년 겨울, 나는 '꿈으로' 열차를 탔다. 이 열차는 희망역을 출발하여 먼 미래로 달려간다. 기차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번 역은 행복역입니다. 행복을 원하시는 분은 이번 역에서 내리시길 바랍니다. 다음역은 사랑역입니다."  기차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에는 희망역에서부터 종착역인 미래역까지 거리와 역의 기능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부터 선택은 나의 자유다. 사랑이 필요하다면 사랑역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꽈당역'도 보인다. 자빠지면 코가 깨지고 이마에서 피가 날 수도 있다. 몹시 궁금하다. 과연 누가 저 역에서 내릴지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꽈당 역은 조건이 걸려있다. 만수무강역으로 갈아탈 수 있는 유일한 교차로역이다. 세상살이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뜻이다. 한 세월을 룰루랄라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내일 편안하기 위해서는 오늘 힘든 과정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열차가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힘들었던 분들은 내일은 편안할 것이다. 그리고 많이 외로웠던 분들은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게 내일을 위한 과정이란 걸 기억해라. 그렇다면 탱자탱자 놀면서 '꿈으로' 열차를 탄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 불행역도 있는 것이다. 이 역에서 내리는 희망자는 없다. 즉 강제 배분한다.

나는 '꿈으로' 열차를 탔다. 강제 배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열차를 타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정직하고 근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사실 나는 속세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이 전혀 없다. 사십 년 동안 조직에서 시키는 일만 해왔기 때문이다. 나 같은 무능한 사람도 정직하게 살아왔다면 열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유토피아' 역을 희망한다.  4차원들이여, 따라오라. 

 

 

九二井谷射鮒甕敝漏

우물바닥 파인 골에 물이 흐르니 붕어에게 물을 대주는 정도로다. 옹기가 깨져 물이 새는 형국이로다.

 

조금 전에 원우 선이가 이 글을 보내왔다. 내년의 국운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틀을 고쳐 써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형식과 틀은 고칠 수 있어도 근원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이다. 조금 어려운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냥 쉽게 내년은 많은 사람에게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친구 식이가 또 노래를 보내왔다. 노래를 듣다 보니 옛 생각이 난다. 경기도 성남에 가면 만경암이라는 작은 절이 있다. 그 절의 스님과 나는 한때 명리학 공부를 같이 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이제 그만 내려가, 산이라서 금방 어두워져" 그러면 스님 혼자 계시는가요? "그럼 중이 혼자 있어야지" 그때 가슴속 깊이 뭔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때 맺었던 인연들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그 절의 원래 주인이 이 노래의 가수와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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