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14구역

우인의 굴렁쇠 2023. 1. 8. 21:24

2023. 1. 6. 경기 이천시 설성면 노성로 260, 이천 호국원 14 구역.

이곳에 우리 형제들이 다시 모였다.

십 년 전쯤, 이곳에 아버지를 모시게 되면서 다 같이 만났던 기억이 난다.  

부모의 마음이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보고 계십니까? 자식들이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다음 생에 오실 때는 더 행복한 모습으로 오십시오, 정말 좋은 모습으로 오셔야 됩니다. "

부모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다음은 우리 세대의 차례이다.

벌써 형님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쪽 눈은 실명하였고, 몸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을 당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황스러울 게 없는 모습니다.

상(喪)을 치르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묘역에 어머니를 합장을 하고, 형님의 기도를 끝으로 형제들은 다시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이미 마음의 빚을 많이 졌으므로 모두 바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기억은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고, 모두 열심히 살아가면서 많은 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못내 참아왔던 눈물이 난다.

망설임 없이 떠나가는 모습이, 손을 흔들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 걸음, 걸음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그래, 오늘의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각자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해 나가라.

산자의 임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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