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어둠과 공동묘지

우인의 굴렁쇠 2023. 8. 20. 00:24

2023. 8. 16 - 8. 18. 속초

 

 

어둠과 공동묘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

나는 홀로 공동묘지의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같이 갑시다

어느 남자가 뒤따라오며 소리쳤다.

, 그래요, 같이 가시죠. 혼자 가던 길이라서 무척 무서웠는데 잘됐네요.

그런데 어디로 가세요?

, 난 신기(神氣) 마을로 가는 중입니다.

 

신기(神氣)라는 마을은 내가 살던 비학리(飛鶴里) 보다 훨씬 멀어서 한 고개를 더 넘어가야만 한다. 물론 그 마을까지 공동묘지가 이어져 있었고, 심지어 화장터까지 설치되어 있던 마을이었다. 마을의 이름도 의 기운이 감돈다고 하여 신기(神氣)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그런 곳까지 밤길을 간다는 것은 웬만한 심장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나도 무서움 때문에 정신없이 울면서 집까지 달렸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그런 곳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 기괴하게 들려오는 소리며 시체 타는 냄새를 맡으면서 밤길을 간다? 그것도 공동묘지를 향해서 갈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환경은 그러한 무서움을 충분히 극복하게 하였다. 그 길을 넘어 다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 그곳 주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 정도의 경험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못 보던 분인데 누구신가요?
 
, 난 어릴 때 도회지로 유학을 떠나서 잘 모를 겁니다.
 
내 이름은 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은 어디로 가십니까?
 
저는 비학 마을에 살아요.
 
비학리요? 그러면 머개 골이라고 아시겠네요?
 
, 잘 알죠, 우리 집이 머개 골 바로 입구에 있어요.
 
아, 그러면 박 아무개도 아시겠네요?
 
,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죠.
 
그런데 박 아무개를 어떻게 아세요?
 
,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분이라서 잘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 남자는 길고 긴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머개골 입구에 있던 무명의 저수지에서 어떤 남자가 물에 빠져 죽은 이야기와 비가 내릴 때마다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등 마을에 널리 퍼져 있던 소문들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박 아무개가 젊었을 때 일본군으로 잡혀간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여서 그 혼령들이 늘 붙어 다니고 있고, 그것 때문에 박 아무개의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남자들만 보면 죽이려고 한다는 등 위험하니까 박 아무개 가까이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느새 그 멀었던 길이 너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드디어 비학 마을 입구에 다다르게 되었다.

 

박 아무개에게 몽이를 만났다고 안부 좀 전해주세요.”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그때 있었던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몽이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순간 아버지의 얼굴빛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 그 이야기 누구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몽이는 벌써 10년 전에 무명의 저수지에 빠져 죽은 아이란다. 아마 살아 있으면 네 나이 정도 되었을 거다. 그 후로 공동묘지 입구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때마다 박 아무개 집에서 초상이 났어, 벌써 세 명이나 죽었단다. 이번에는 또 누굴 데려가려나 모르겠다.”

 

 

어둠이 내리는 바다위에 정자 한 채가  떠 있다.

무척 외로운 모습이다.

몽이가 찾아오는 이유도 결국 외로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여름에는 귀신이 많이 출현하잖아요.

조심하세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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