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집에는 우리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멍멍이 한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대봉 곶감이다.
귀촌 3년차 정도 된다.
그 사이에 벌써 농사 기술을 제법 배운모양이다.
2018. 11. 25. 원래 이날은 금년도 나의 마지막 마라톤대회 참가 계획이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형님이 한 번 다녀가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마라톤대회 참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벌써 2년전에 귀촌하였는데 그동안 한 번도 찾아 뵙지 못했다.
내년으로 미룰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다 보면 또 몇 년이 늦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무진장 행복한 곳
무주다.
하지만 70살 노인의 모습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늙은 모습 그 자체였다.
외로움의 흔적들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었다.
우선 멍멍이 녀석이 1차 증거다.
원래 형님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향우회모임이나 초등학교 모임에는 항상 선봉으로 나선다.
나하고는 너무 대조적이다.
교회에 다니는 이유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멍멍이가 없으면 못 살겠단다.
몇 년 전에 멍멍이 한 마리가 죽었는대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루어 주었다고 한다.
장례비만 18만원 들었단다.
땅에 묻어 주던가
아니면 건강을 위해서 얌얌할 수도 있는 일인데
왜 돈까지 들어가면서 장례를 치루고,
뼛가루를 보관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있다 보니까 가치관에 대혼란이 온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돈에 휩싸인다.
세상에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4차원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우리형님을 볼 때면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진다.
온갖 세상 풍파를 혼자서 경험한 것인양
말이 없고 무표정하다.
그리고 꼭 새벽 4시쯤 되면 어디를 가는데
그곳은 교회다.
30년 전부터 오늘 아침 까지 그곳을 다녀와서 하는 말이 "기도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것이다" 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정말 대단히 이상한 끈기다.
우리가 떠나기 전
형수가 이런 말을 남겼다.
"형님이 죽고나면 나 혼자 어떻게 살아? 그러니까 텃 밭에 조립식 주택 한 채 사다 놓고 같이 살자"
나는 이미 공허함을 경험한 사람이다.
만약 광활하고 허허로운 벌판에 홀로 던저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산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울음소리
그리고 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
이들도 외로움의 증표들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하더라고 행복만큼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거절하였다.
두분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의 편지 (0) | 2018.12.01 |
---|---|
[스크랩] 아직도 못다한 사랑 - 솔개트리오 (0) | 2018.11.30 |
[스크랩]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0) | 2018.11.13 |
홍콩 (0) | 2018.11.10 |
마라톤 (0) | 201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