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한여름 밤의 추억

우인의 굴렁쇠 2019. 8. 6. 00:23




울트라마라톤 53Km 참가

2019. 8. 3. 16:00

기온 : 35







출발전의 모습은 꼭 한장 남겨야 되잖아요.

주자들은 달리기는 잘하는데 사진 찍는 것은 서툴러요.

여러사람들에게 부탁을 해 보았는데 대부분 나와 비슷한 수준이더라고요.

그래도 거절하지 않고 친절하게 잘 찍어 준답니다. 참 좋은 분들이예요.






첫 번째 급수대입니다.

약10Km정도 달리다 보니까 수박을 주더라고요.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못 달려요.

수박 한쪽하고 사이다 한잔 마셨어요.







15Km정도 달린것 같아요.

몸이 풀리면서 발이 빨라지더라구요.

이때까지는 체력이 있으니까 한사람 한사람 추월해 가면서 기분좋게 달리고 있었어요.

여자 1등이 나보다 한참 뒤에 있어요.






20Km지점입니다.

이미 선두 주자 10명 정도는 앞 서 가고 그 뒤를 내가 따라가고 있어요.

후미에서 출발하였는데 조금 서두르다보니까 선두권까지 진입하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부터 100Km와 53Km가 나눠집니다.

우측으로 가면 100Km 좌측으로 가면 53Km 코스입니다.

아직 반환점은 9Km정도 남았어요.

그런데 벌써 체력이 바닥입니다.

어떻게든지 반환점 까지는 뛰어야 된답니다.

절반도 못 가서 멈추게 되면 극심한 고통속에 시달리다가 결국 시간제한에 걸리거나 경기를 포기 해야 된답니다.

핸드폰을 들고 뛰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날도 어두워지고 있어요.

여기서 여자 1등이 추월을 시도 하더라고요.

다행히 29Km 지점까지는 같이 동반주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따라 갈 수가 없더라구요.







7시간 22분에 완주하였습니다.

마라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겁니다.

마라톤의 고통을 말입니다.

달리지 못하고 걷게 될 경우 온 몸이 아파요.

마음도 아프죠.

다리는 절룩거리고, 몸은 비실 비실 힘이 없고, 잠이 자울 자울 와요.

그러면 "이건  미친짓이다.

이런 짓을 왜 하냐." 고, 나도 모르게 구시렁 거리게 돼요.  

집에서 맛 있는 것이나 먹고, TV 보면서 시원하게 낮 잠을 자면 좋잖아요.

하지만 며칠 지나면 이런 고통을 잊어 버리고 또 달릴 생각을 한다니까요.

그래도 중독은 아니랍니다. 

 

 여자 1등은 양쪽 손에 두 개의 물병을 하나씩 나눠 들고서 내 눈 앞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어요.

야무지게 잘 뛰더라구요.

100Km를 뛰는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달려야 될 겁니다.

잠 한숨 자지 않고 뛴다는게 어디 정상이냐고요?

논에 나가서 모 심어라고 하면 한시간도 안 돼서 죽겠다고 난리를 칠 사람들이 밤을 지새면서까지 뛰는 고통을 어떻게 참아내는지 모르겠어요


약45Km 지점에서 아슬 아슬하게 뛰고 있던 60대 가량의 남자를 보았어요.

정말 보폭이 10Cm도 안 될 정도로 제 자리에서 뛰면서 비틀 비틀 거리고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처럼 보였어요.

"뛰지 말고 멈추세요. 5분만 쉬었다가 뛰세요"

"뛰지 말고 멈추라니까요" 

말을 듣지 않더라구요.

정말 소고집이예요.

그 분이 쓰러지면 저는 도울 수 있는 힘이 없어요.

나도 마지막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돕겠습니까?

그래도 죽었다는 소식은 못 들었으니까 아마 살아서 완주를 하였을겁니다.

정말 끈질긴 사람들 많아요.






한여름 밤의 추억이 아니라 한여름 밤에 사투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철인경기를 했었는데 그때 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완주를 축하한다면서 꽃다발 하나를 안겨 주네요.

꽃다발 하나가 고생의 결과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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