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 부도를 맞았어
모두 등을 돌리고
심지어 깔보기까지 하더라고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시를 쓰면서 마음을 달랬지”
그러면서 파트너가 글 한 조각을 건네준다.
꽃자리 시낭송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무대 위의 낭송가는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낭송하고 있다. 내가 운명처럼 만난 이 시는 낭송을 향한 나의 짝사랑을 외면하지 않는다. 순간 나는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추억의 페이지를 펼친다. 시 낭송은 마냥 부러움의 장르일 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영역이었다.(···)
나는 신입생들에게 선배로서의 한마디를 남기기도 한다. 치매 방지용으로 시를 외운다고 말이다. 그리고 외워서 낭송하는 것과 그냥 읽는 것의 차이를 반드시 느껴보라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낭송대회에서 무대 경험을 해 보는 것 또한 강력히 권해 본다. 숱한 연습 후 오른 무대에서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 순간 하얗게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조차도 행복한 추억임을 전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낭송한다.
작가 소개
최정순(중등교사로 퇴직)
푸른 오월입니다.
꿈으로 가득 찬 계절이죠
“나일락 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리 서로 행복했었네”
그 향기가 아직 나의 입술에 남아 있는데,
꿈을 안고 운동장을 달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던
오월의 소년
꿈의 소년은 간데없고
오늘은 쭈그러진 영감이 쓸데없이 노가리만 까는구나.
내 팔자야. 내 팔자야.
그래도 내일은 이력서라도 한 장 써봐야겠습니다.
오월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