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131

한여름 날에

우인 공원의 모퉁이에는 작은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요. 아이들은 마냥 물놀이에 취해 있었지만 노인들은 더위를 오랫동안 참고 있었죠. 그러다가 태양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자 결국 손으로 물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잠시 후, 여기저기서 풍덩풍덩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풍뎅이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노인들이 분수대에 뛰어드는 소리였어요 그렇게 해서 분수대 안은 남녀노소 혼탕이 돼 버렸어요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바람은 분수대 주위를 한바뀌 돌고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요. 때마침 분수대 안에 있던 노인은 옷에 물이 흠뻑 젖은 상태에서 하얀 웃음을 짓고 있었죠. 그 모습을 할머니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한마디 했어요. "더위 앞에서는 거시기고 체면이고 다 필요 없는 것이여. 시원한 게 최고야..

내 이야기 2023.08.04

14구역

2023. 1. 6. 경기 이천시 설성면 노성로 260, 이천 호국원 14 구역. 이곳에 우리 형제들이 다시 모였다. 십 년 전쯤, 이곳에 아버지를 모시게 되면서 다 같이 만났던 기억이 난다. 부모의 마음이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보고 계십니까? 자식들이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다음 생에 오실 때는 더 행복한 모습으로 오십시오, 정말 좋은 모습으로 오셔야 됩니다. " 부모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다음은 우리 세대의 차례이다. 벌써 형님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쪽 눈은 실명하였고, 몸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을 당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황스러울 게 없는 모습니다. 상(喪)을 치르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묘역에 어머니를 합장을 하고, 형님의 기도..

내 이야기 2023.01.08

자유롭게

2022. 12. 31. - 2023. 1. 1.(양평, 홍천)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련복 여행 도중에 옛 추억을 만날 수 있었다. 전국의 날라리들에게 고한다.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단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개 폼이나 잡고 다니냐? 새해에는 토끼한테 풀 주는 일이라도 해라. 그래도 너희가 있어서 행복했단다. 그립구나. 올해가 계묘년이란다. 가장 행복한 시간이 다가온다. 정말 나의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조직생활 때문에 사십 년 동안 자유롭지 못했었는데 이제 한 달 후면 자유를 찾는다. '공로연수'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열한 달 동안 유급 휴가를 떠난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아갈 생각이다. 어쩌면 두 달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올 수도 있고 케케 한 냄새가 풍기는 반지하 골방에서 책을 읽..

내 이야기 2023.01.01

희망한다.

2022년 겨울, 나는 '꿈으로' 열차를 탔다. 이 열차는 희망역을 출발하여 먼 미래로 달려간다. 기차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번 역은 행복역입니다. 행복을 원하시는 분은 이번 역에서 내리시길 바랍니다. 다음역은 사랑역입니다." 기차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에는 희망역에서부터 종착역인 미래역까지 거리와 역의 기능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부터 선택은 나의 자유다. 사랑이 필요하다면 사랑역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꽈당역'도 보인다. 자빠지면 코가 깨지고 이마에서 피가 날 수도 있다. 몹시 궁금하다. 과연 누가 저 역에서 내릴지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꽈당 역은 조건이 걸려있다. 만수무강역으로 갈아탈 수 있는 유일한 교차로역이다. 세상살이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뜻이다. 한 세월..

내 이야기 2022.12.23

10월의 외출

2022. 10. 27. - 10. 29. 여수, 순천 그리고. 머리말 사진입니다. 건강한 모습과 즐거워하는 표정이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합니다. 만화가 허영만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라고 합니다. 식객 그리고 꼴, 만화책의 이름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비행기로 이동하였습니다. 한산도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 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내가 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찌 그날의 한산섬은 그다지도 달이 밝았던가요? 오늘날의 달은 매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나는 오늘날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행복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들은 지나간 전쟁에 대한 이야기 하였고, 나는..

내 이야기 2022.10.30

그리움으로

2022.10.13-10.16. 제주도 작고 귀여운 얼룩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기억이 아스라이 멀어졌지만 한 때는 그리움에 가득 찬 눈길로 먼바다를 바라보곤 했던 곳이랍니다. 정말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리움도 끝나는 걸까요? 여행 중에는 세상 일에 무관심하게 된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카카오의 화재 소식도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첫날은 둘레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길을 걷다가 시비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인용하였습니다. 감귤밭, 녹차밭, 메밀밭, 갈대숲.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만든 음식이라서 맛이 끝내 줍니다. 음식 솜씨보다 춤 솜씨가 더 훌..

내 이야기 2022.10.17

한강 불꽃축제

2022. 10. 08. 한강 불꽃 축제 나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내가 찍은 사진 한 장 이 사진도 내가 찍었어요. 두 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진은 전문가의 작품이랍니다. 한국팀의 마지막 장면 이탈리아 팀의 라스트 일본 팀의 마무리 장면 수많은 인파, 잡풀의 향기, 별빛과 어둠, 그래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항상 사람들 곁에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공존하고 있다. 정신없이 사진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도 없는 한강 불꽃 축제. 2022.10.08. 밤, 배고픔과 추위에 떨었던 댓가는 바로 위 사진이다.

내 이야기 2022.10.10

올 추석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연락을 해 오는 친구가 있다. 이번에도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혼자 살아가는 게 많이 외로운가 보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이번 추석에는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 친구도 누군가의 꽃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올 추석에는, 홀로 걷던 산길 누군가와 함께 걸었으면 좋겠고, 주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내 이야기 2022.09.04

이것이 삶이다.

짠한 놈 젊은 어느 날, 어떤 친구가 전화를 했어요 " 나 오늘 술 한 잔 했다. 아이 씨, 욕해도 되지? 한 잔 했다고, 했어." 엉망진창 망나니가 되었더라고요. "알았어, 빨리 집에 들어가, 사고 치지 말고." 결국 그 녀석은 사고를 쳐서, , , 그 녀석이 마을에 나타나는 날에는 꼭 닭이 한 마리씩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가 전화를 했어요. 아니 톡을 보내왔어요. 잘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내 이야기 2022.09.01